명상
불교명상의 의미 및 용어
불교에서는 괴로움의 원인이 되는 번뇌를 버리고 평온을 얻는 길을 가르칩니다. 그 방법은 삼학(三學), 십바라밀, 팔정도(八正道) 등으로 나타나는데, 여기에 포함되는 ‘선정(禪定)’은 가장 중요한 수행법의 하나로 손꼽힙니다.
선정(禪定)은 산스크리트어 “dhyāna”, 팔리어 “jhāna”를 한자로 번역한 말입니다. “dhyāna”의 음을 한자로 옮겨 선(禪)이라 하고, 뜻을 번역하여 정(定)이라고 한 것입니다. “dhyāna”는 명상, 혹은 정신의 집중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번뇌와 잡념이 사라진 고요한 마음 수행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선(禪)을 닦고 구하는 수행을 ‘참선(參禪)’이라고 합니다. 불교에서는 전통적으로 참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근래에는 불교명상이라는 표현도 자주 사용됩니다.
또한 삼매(三昧, samādhi) 또는 삼매경(三昧境)은 참선을 통해 얻는 정신 집중의 경지를 일컫습니다. 번뇌와 괴로움을 벗어난 맑고 평온한 마음 상태입니다. '선정', '선', '참선', '삼매'는 모두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불교명상으로 얻게 되는 마음의 힘에 대해 붓다는 두 가지 개념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사마타(samatha, 지止, 그침)’와 ‘위파사나(vipassana, 관觀, 꿰뚫어 봄)’입니다. 이 두 가지는 늘 동시에 언급되며, 한자로는 '지관(止觀)'으로 번역되었습니다. 후에 남방의 상좌부불교에서는 이 두 가지를 바탕으로, 사마타 수행과 위파사나 수행이 따로 정리되기도 했습니다(<청정도론>). 그러한 전통에 의하면, 사마타는 마음을 어떤 대상에 집중하여 잡념을 가라앉히는 수행법이고, 위파사나는 이 세상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관찰하여 세상의 섭리를 깨닫는 수행법입니다. 남방의 상좌부불교에서 이런 명상법들은 10세기 이후 맥이 끊겼다가 18세기 버마 승려 메다위(Medhāvī)에 의해 다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현대의 동남아시아 및 스리랑카, 그리고 서구를 중심으로 일어난 ‘위파사나 운동’을 통해 새롭게 조명받았습니다. 또한 이를 간소화, 현대화시킨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은 서구 불교계에서 대중화되고 있습니다.
“저들 중생의 마음이 들떠 있는 것은 안팎의 번뇌와 따라오는 번뇌가 흐르기 때문이다.
마치 물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루고 큰 바람이 불어 물결을 일으키면
큰 용(龍)이 놀라는데 마음이 놀란 까닭에 많이 들떠 있는 것과 같다.
(…) 붓다의 선(禪)에 들도록 하면 그 선정(禪定)으로 인하여 들뜬 마음이 곧 사라진다.”
『금강삼매경론(金剛三昧經論)』
불교 명상의 종류
1) 사념처: 네 가지 새김
불교 명상은 시대에 지역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수행되었습니다.
석가모니 붓다는 명상에 있어서 사띠(Sati, smṛti)를 중요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사띠는 한자로는 념(念), 한국어로는 마음챙김, 알아차림, 새김 등으로 번역되며, 영어로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라고 번역되어 간소화, 현대화된 형태로 널리 수행되고 있습니다.
초기 불교의 사띠 명상의 대표적인 네 가지 방식은 사념처(四念處, 네 가지 새김)입니다.
(1) 신념처(몸 새김),
(2) 수념처(느낌 새김),
(3) 심념처(마음 새김),
(4) 법념처(다르마 새김)
사념처는 몸, 느낌, 마음, 법(dharma) 등을 면밀하게 관찰함으로서 탐욕과 번뇌를 제거하고 지극한 평온에 이르는 명상법으로서 수행되었습니다.
“중생을 깨끗하게 하고 걱정과 두려움에서 제도하며
고뇌를 없애고 슬픔을 끊고 바른 법을 얻게 하는 도(道)가 있으니,
곧 4념처(念處)이다.”
<중아함경> 24권 (염처경)
2) 40가지 명상 주제
5세기 인도에서 스리랑카로 건너가 활동한 붓다고사(Buddhaghosa)는 <청정도론>에서 사마타 명상의 40가지 주제를 제시하였는데 그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10편(遍, kasina, 두루 있음: 흙, 물, 불, 바람, 청색, 황색, 적색, 백색, 한정된 공간, 빛),
(2) 10부정(十不淨: 몸이 지닌 더러움을 봄),
(3) 10수념(十隨念),
(4) 4무량심(四無量心: 자, 비, 희, 사),
(5) 4무색(四無色),
(6) 식염상(食厭想),
(7) 4계분별(四界差別)
3) 오정심관: 다섯 번뇌를 가라앉히는 명상
한편, 시아에 유입된 다양한 초기 불교의 명상법들은 6세기경 당나라에서 다섯 가지로 정리되었는데(<대승의장>, <마하지관>), 이를 '오정심관'이라고 부릅니다.
(1) 부정관: 시체가 썩어 사라지는 과정 새겨보기
(2) 자비관: 자애의 마음 새겨보기
(3) 인연관: 12연기 새겨보기
(4) 계분별관: 내 몸을 구성하는 요소(흙, 물, 불, 바람) 새겨보기
(5) 수식관: 숨을 세며 새겨보기
오정심관은 탐욕, 분노, 어리석음, 아만, 산만 등 다섯 가지 번뇌를 가라앉히는 다섯 명상으로서 정리되었습니다. 이 다섯 명상은 앞서 언급한 ‘사념처’와 <청정도론> 등에 대부분 포함되어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계분별관 대신 염불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오정심관’이라는 단어는 중국에서부터 쓰기 시작했지만, 번뇌의 성격에 따라 다른 수행법을 제시한 것은 <마하반야바라밀경>, <대지도론> 등 여러 경전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부정관(不淨觀)으로써는 탐욕을 없애고
자비관(慈悲觀)으로써는 성냄을 없애며
인연관(因緣觀)으로써는 어리석음을 없애고
위의 세 가지 약을 다 합쳐서 혹은
부정관으로 혹은 자비관으로 혹은 인연관으로써
세 가지를 합친 병을 없애는 것이다."
<대지도론>, 용수
“첫째는 오정심관五停心觀이니,
첫째 탐욕이 많은 중생은 부정관不淨觀,
둘째 분노가 많은 중생은 자비관慈悲觀,
셋째 산만함이 많은 중생은 수식관數息觀,
넷째 어리석음이 많은 중생은 인연관因緣觀,
다섯째 업장이 많은 중생은 염불관念佛觀을 행한다.”
<천태사교의天台四敎儀>, 제관諦觀(고려, ?~970)
4) 간화선: 화두 챙김
불교는 중국에서 여러 종파를 이루었는데, 특히 6세기부터 나타난 '선종'은 불교가 동아시아적으로 적용된 형태로 이해됩니다. 선종의 수행법은 12세기경 남송대에 이르러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뉘었는데, 대혜 종고(大慧宗杲, 1089-1163)의 간화선(看話禪)과 굉지 정각(宏智正覺, 1091-1157)의 묵조선(默照禪)이 그것입니다. 간화선은 선사들의 말, 문답 등을 '화두'로 삼아 끝없이 그것을 붙잡고 의심하는 것을 통해 단박에 깨달음을 얻는 수행법입니다. 반면 묵조선은 묵묵히 앉아서 자신의 마음을 관조하는 수행을 통해 점진적으로 마음을 닦아나가는 방법입니다.
5) 염불: 붓다 새김
한편, '정토종'에서는 염불을 강조했습니다. 부처나 보살의 이름을 부르는 '칭명염불(稱名念佛)'이 대표적인 염불이지만, 마음 속으로 부처의 모습을 떠올리는 '관상염불(觀像念佛)' 또한 수행되었습니다. 이러한 염불 수행 또한, 잡념과 번뇌를 가라앉히는 방법으로서 명상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구체적인 명상 안내 페이지는 추후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