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벼랑의 외딴 곳
그 가운데 낙가봉이 있어라
큰 성인은 머물러도 머묾이 없고
넓은 문[普門]은 닫아도 닫아지지 않네
밝은 구슬[明珠]은 내 바라는 게 아니요
파랑새는 사람들이 만나는 것이라
다만 원하노니 큰 파도 위에
보름달 같은 얼굴 친견하는 것일세”
「기낙산관음불(祈洛山觀音佛)」,
유자량(庾資諒, 1150~1229), 『대동영선(大東詠選)』
파랑새는 신라시대의 승려 의상(義湘)과 원효(元曉)가 동해안 낙산에서 관세음보살을 뵈었다는 이야기가 담긴 「낙산이대성설화(洛山二大聖說話)」에 관세음보살과 관련된 동물로 등장하였다. 후대에도 관세음보살의 파랑새와 관련된 전설과 설화가 전해졌는데 고려의 무신 유자량(庾資諒)은 낙산의 관음굴에서 파랑새가 꽃을 물고 와 뿌려주었다고 하며 시를 남기기도 했다. 파랑새는 불교 경전에 근거한 도상이 아니라 한국의 불교 설화 전통 속에서 형성된 특별한 도상이다. 일본 다이토쿠지(大徳寺) 소장 고려 불화 「수월관음도」에 파랑새가 그려져 있고, 조선시대의 수월관음도에도 나타난다.
〈수월관음도〉, 고려 후기, 다이토쿠지(大徳寺)
의겸(義謙) 등, 〈의겸 등 필 수월관음도(義謙 等 筆 水月觀音圖), 보물〉, 조선 1730년, 국립중앙박물관
의겸(義謙) 등, 〈흥국사 수월관음도(興國寺 水月觀音圖), 보물〉, 조선 1723년, 흥국사